의대 동기, 레지던트 시절 선후배와 함께 병원을 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부러워합니다. 든든한 동료와 함께 시작하는 개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정작 계약서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까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실제로 공동개원 분쟁의 상당수는 계약서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약서에 '이럴 때는 어떻게 한다'는 조항이 빠져 있어서 생깁니다.
01 돈의 기준부터 숫자로 정합니다
초기 출자금이 얼마인지는 다들 명확히 정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병원 운영 중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누가 얼마를 더 낼지, 매출과 비용, 최종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은행 대출이나 보증을 설 때 각자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까지 숫자로 정해둬야 합니다. "반반이니까 그냥 나누면 되지 않나요"라는 생각은 개원 초기에는 맞지만, 진료과별 매출 기여도가 달라지는 순간부터 불씨가 됩니다.
02 역할과 의사결정 방식도 계약서 안으로
누가 원무·인사를 총괄할지, 진료 시간과 당직을 어떻게 나눌지 같은 실무적인 역할 분담도 계약 단계에서 정리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장비 구입이나 직원 채용처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만장일치로 할지, 지분 비율대로 다수결로 할지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사소한 의견 차이가 병원 운영 마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03 시작할 때 이별도 함께 설계합니다
동업 계약서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부분이 '끝'에 대한 조항입니다. 한쪽이 건강 문제로 휴직해야 한다면, 면허 문제가 생긴다면, 그냥 마음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지분을 누구에게 얼마에 넘길 수 있는지, 탈퇴 후 인근에서 병원을 개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경업금지 조항을 둘지도 함께 검토할 부분입니다.
04 분쟁이 생겼을 때의 절차도 정해두세요
아무리 잘 설계해도 의견이 갈리는 순간은 옵니다. 이때 곧바로 소송으로 가기보다 중재나 조정 절차를 먼저 거치도록 정해두면, 관계를 극단으로 몰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생깁니다.
계약 전 체크리스트
- 초기 출자금과 추가 자금 투입 기준을 숫자로 정했는가
- 손익분배 기준과 대출·보증 책임 범위가 명확한가
- 주요 의사결정 방식(만장일치/다수결)을 정했는가
- 휴직·탈퇴·지분양도·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가
- 분쟁 발생 시 중재·조정 절차를 정해두었는가
결론: 좋은 사이일 때 계약서를 씁니다
공동개원 계약서는 사이가 나빠질 것을 대비하는 문서가 아니라, 좋은 사이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문서에 가깝습니다. 서로 신뢰할 때 미리 정해둔 기준은 훗날 감정이 상해도 병원과 관계를 지키는 안전장치가 되어 줍니다. 개원 준비의 마지막이 아니라 첫 단계에서 계약서부터 함께 검토해보시길 권합니다.
유의사항

